거룩한 백성이 가장 안전합니다. 목양칼럼 / 2020년 03월 01일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로 인하여 온 나라가 불안과 공포로 가득차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전염병은 인류 역사 속에 항상 존재해왔던 공포였습니다. 14~17세기까지 세계의 여러 곳을 무자비하게 강타했던 흑사병은 1347~1351년 사이에만 유럽 인구의 3분의 1 이상을 앗아갔습니다. 15~16세기 유럽인 정복자들은 남미와 북미의 원주민들에게 홍역과 천연두를 선사해서 항체가 전혀 없었던 원주민 인구를 10분의 1, 심지어 100분의 1로 초토화하고, 그대신 얻어온 매독은 16~17세기 유럽 상류사회의 피할 수 없는 동반자였습니다. 의학의 발달은 인류를 결핵이나 홍역, 나병, 콜레라 등 공포의 질병들에서 구했지만 20세기 후반에도 에이즈, 에볼라 등 공포의 괴질이 인류의 의학적 자만을 비웃었습니다. 21세기에 들어서도 사스와 메르스의 기습으로 인류가 허둥거렸는데 번번이 호되게 당하면서도 한국과 중국 등은 국가적인 전염병 대처 시스템을 제대로 수립하지 않았다는 것이 놀랍고 한심합니다.

항공 여행이 자유로운 ‘지구촌’시대에 감염 공포는 늘 임박한 위험입니다. 중세 흑사병이 북유럽 끝에 닿기까지 4~5년이 걸렸다면 코로나 바이러스는 한 달 안에 지구를 돕니다. 사람들은 피해 환자가 가해 전파자도 되는 감염 공포의 이중성을 겪고 있습니다. 감염 공포는 생명의 위협과 격리의 두려움에 맞닿아 있습니다. ‘감염’ 그 자체보다 ‘감염의 공포’가 인간 사회를 더 망가뜨리는 것 같습니다. 저희 교회를 비롯한 많은 한국교회들이 예배당 문을 닫고 온라인 영상 예배로 대체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체험했습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맞아 저는 요즘 다시금 구약성경의 레위기가 얼마나 놀라운 책인가를 깨닫고 있습니다. 레위기는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들을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거룩한 백성으로서 갖추어야 할 준비를 시키시는 책입니다. 레위기의 핵심 주제는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하라”입니다. 레위기 전반부에는 희생 제사에 관한 여러 가지 율법들이 나오지만, 후반부에서는 일상생활에서 지켜야 할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성결법을 다루고 있습니다. 여기에 보면 음식, 건강, 위생에 관한 까다로운 규정들이 있는데, 이것이 요즘 전염병 예방을 위하여 현대 의학자들이 제시하는 것들과 너무나 일치하여 놀랍기 그지없습니다.

레위기 11장부터 쭉 보면, 먼저 하나님께서는 아무 짐승이나 함부로 먹어서는 안 된다고 하시면서 구체적으로 어떤 짐승들을 먹지 말라고 정확히 말씀하셨습니다. 새들 중에는 독수리, 매, 펠리컨, 그리고 이번 우한 폐렴의 원인이 된 박쥐 등을 먹지 말라고 하셨고, 메르스 사태 때 원인이 되었던 낙타도 먹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또한 하나님께서는 전염병이나 악성 피부병 환자들을 즉시 진영 밖으로 격리시키게 하셨고, 시체를 만진 자는 꼭 옷을 빨거나 태우고, 몸을 씻으라고 하셨습니다. 질병 환자가 발생한 집이나 공간도 즉시 7일간 폐쇄하고 정결하게 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또한 몸에서 나오는 침이나 배설물, 피 같은 모든 것들이 부정하니 깨끗이 씻어내고 정결하게 하라고 하셨고, 문란한 성관계를 금하셨습니다. AIDS 같은 병들이 문란한 성관계로 확산된다는 사실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알 것입니다. 사람이나 동물의 시체도 만지지 말고, 불에 태우거나 땅에 묻어서 깨끗이 처리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이런 정결법을 잘 지킨 까닭에 이스라엘 백성들은 그 옛날에도 많은 질병으로부터 자유할 수 있었습니다.

옛날에는 이런 레위기 말씀을 읽을 때 그리 큰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요즘 바이러스 사태를 맞아 다시 보니까 거룩이 생명과 직결된다는 사실과 하나님께서 거룩하라고 하신 것은 우리를 지켜 주시기 위함임을 알게 됩니다. 하나님의 말씀 안에 생명이 있습니다. 거룩한 백성이 가장 안전할 것입니다. 이 힘든 사태를 겪으면서 하나님께서는 한국 교회와 나라를 정결하게 하시고 새롭게 하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