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 목양칼럼 / 2017년 12월 01일

올해 추수감사절에는 누가복음 9장의 유명한 오병이어 기적 본문을 가지고 설교했습니다. 거기에 보면 남자만 5천명이 넘는 군중이 저녁 때가 되어 배 고픈 상황이 되었을 때,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고 하십니다. 제자들은 멘붕이 왔을 것입니다. 이미 그들은 각자 짝을 지어 힘든 단기선교 아웃리치를 다녀왔고, 쉴 틈도 없이 하루 종일 주님을 도와 말씀 사역과 병 고치는 사역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저 많은 군중들 밥 먹이는 일까지 하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돈 없기는 군중이나 제자들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주님께서는 왜 이런 엄청난 일을 이 피곤하고 돈 없는 제자들에게 시키셨을까요?

주님께서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고 하셨을 때는 제자들이 군중들 먹이는 문제를 다 책임지라는 뜻이 아니십니다. 그것은 제자들 능력 밖의 일임을 주님도 아십니다. 축복의 생산자는 주님이 되실 것입니다. 다만, 주님은 제자들이 그 축복의 통로가 되기를 원하셨습니다. 제자들은 믿음을 가지고 주님의 손에 쓰임 받도록 순종만 하면 되었습니다. 그러나 제자들은 군중들을 해산시켜 각자도생 하게 하자고 하면서 그 문제로부터 도망가려 했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그들이 도망하지 못하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한 아이의 보잘것없는 오병이어 도시락을 가지고, 오천 명을 먹이는 기적의 심부름꾼이 되게 하셨습니다. 주님께서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고” 하실 때는 “너희들은 내 제자들이 아니냐? 이 군중과는 달리 너희에게는 믿음이 있지 않느냐? 너희들은 나의 사랑을 알고, 능력을 안다. 그러니 기도하고 순종해서 나의 능력을 이끌어 내 봐라. 어려운 형제들을 먹이는 기적을 체험할 것이고, 네 마음이 기쁠 것이다”라고 하시는 것입니다.

그 설교를 하고 나서 사흘 뒤, 저는 부목사님들과 러브미니스트리 담당 장로님을 모시고 최근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포항을 다녀왔습니다. 평소에 지역의 작은 교회들을 섬기는 예수전도단 간사님과 함께 침례교, 성결교, 장로교회 등 교파를 초월하여 피해가 심한 교회 여러 곳을 방문했습니다. 우리가 방문한 교회들은 각 교단에서도 지원 받을 수 없고 자생도 어려운 교회들 이었는데, 일부 교회들은 불안해 하는 성도들을 의식하여 흰색으로 갈라진 틈새를 메우는 일시적인 눈가림 조치를 하면서 예배 드리는 곳이 많아 마음이 아팠습니다. 다른 건물들도 그렇지만 교회들은 전부 내진설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아서 곳곳에 금이 가고 무너져 내린 상황에서 계속 여진이 오고 있어 앞으로가 더 불안하고 큰일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목사님들 사택이 전부 교회 지하층이나 위층이라, 목사님과 사모님과 그 가족들이 위험해서 집에 있을 수 없어 혹은 차에서, 혹은 찜질방에서, 혹은 성도의 집을 전전하는 안타까운 상황이었습니다.
우리가 작은 사랑의 헌금을 전달하고, 목사님 부부들 손을 잡고 기도해 드렸더니, 너무 고맙다고 하시면서 우시는 분들이 많아 가슴이 저렸습니다.
오래 전 제가 겸임교수로 가르쳤던 하나님의 대학 한동대도 방문했습니다. 뉴스에 보도된 대로 벽돌 건물이 심각하게 파손된 곳들이 많아 가슴이 아팠습니다. 하지만, 부총장님의 안내로 교직원들이 매일 두 시간씩 안전모를 쓰고 세미나실에 모여 뜨겁게 기도하는 모습을 보니 감동이 되고 안심이 되었습니다. 아침 일찍 KTX를 타고 내려가서 하루 종일 숨가쁘게 피해현장을 돌아보고 오후 기차로 올라오는 빠듯한 일정이었지만, 올라오는 기차 안에서 저는 주님께서 제 마음에 말할 수 없는 기쁨을 주시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주님의 음성을 들었습니다. “네가 이렇게 힘든 형제들을 찾아주어 내가 참 고맙고 기쁘다.” 저는 주님께 말씀 드렸습니다. “주님께서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고 하셔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