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병거를 빼앗긴 시스라 목양칼럼 / 2025년 07월 01일

사사기서에 나오는 가장 드라마틱한 전쟁 중의 하나는 여사사 드보라와 바락이 이끄는 이스라엘 군대와 하솔왕국의 전쟁영웅 시스라가 이끄는 철병거 군단과의 전투였습니다. 고대 사회의 첨단무기라고 할 수 있는 9백 대의 철병거 군단은 20년간 패배를 몰랐던 무적의 군대로써 이스라엘 전역을 공포에 몰아넣은 집단이었습니다. 그러나 양군이 대치한 상황에서 하나님께서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게 하셔서 철병거들은 순식간에 진흙뻘에 갇혀 무용지물이 되어 버렸고, 이때 달려든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고 시스라의 부대는 전멸했습니다. 총사령관 시스라만 목숨을 건져 간신히 도주해서 민가에 숨어들었다가 야엘이라는 지혜롭고 담대한 여인에 의해 비참한 최후를 맞습니다.
성경은 시스라가 “철병거를 버리고 걸어서 도망했다”고 말합니다. 이것은 무사가 칼을 버리는 일이요, 선장이 배를 버리고 도망가는 것과 같습니다. 철병거는 시스라의 평생 자랑이요 업적이요 믿음의 근거였습니다. 무적의 철병거들에 도취된 그는 보병으로만 구성된, 무기도 제대로 못 갖춘 이스라엘군을 무시하고 경멸했을 것입니다. 그랬다가 하나님이 보내신 폭우로 인해 흙탕물에 쓸려 가는 병거들을 보면서 그리고 살기 위해서 병거를 버리고 도망가는 자기 자신을 보면서 얼마나 비참했을 것입니까.
우리에게도 나름 의존하는 철병거가 있을 것입니다. 철병거는 세상의 힘입니다. 돈일 수도 있고, 학벌일 수도 있으며, 인맥이나 권력일 수도 있습니다. 그 힘 믿고 교만하여 남 무시하며 살다가, 시스라처럼 한 번에 무너질 수 있습니다. 그러니 잘 나갈 때일수록 겸손해야 합니다. 한순간에 철병거를 빼앗길 때가 오기 때문입니다. 철병거 없는 나는 무엇인지를 항상 생각하고 살아야 합니다.
지난 20년간 패해 본 적이 없던 시스라는 한 번도 자신의 자랑인 철병거에서 내려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생전 처음 겪는 폭우로 인해 철병거를 버리고 도망칠 때부터 정신을 차리지 못했습니다. 시스라의 어머니도 아들이 철병거를 빼앗기고 고립무원에 던져질 수 있다는 것을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오늘날 한국의 아이들의 철병거는 좋은 대학일 것입니다. 아직도 많은 부모들은 자식들이 학벌이라는 철병거를 타기만 하면 인생 성공의 기반은 따 놓은 당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정작 대학이라는 철병거를 타고 사회로 진출하면 현실은, 특히 요즘 세상에서 살아남는 건 정말 어렵습니다. 명문대 출신들이 직장이나 사업 현장에서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결혼 문제 가정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못해서 나가떨어지는 케이스들이 너무 많습니다. 철병거에서 내리면서부터 무너지기 시작한 시스라처럼 말입니다.
시스라의 어머니는 전장에서 승리하고 돌아오는 아들을 기다리면서 아들이 값진 노략물과 전쟁포로들을 선물로 가지고 올 것을 잔뜩 기대합니다. 이는 그녀가 어떤 가치관으로 시스라를 키웠는지 알 수 있게 해줍니다. “남의 눈에 피눈물을 나게 해서라도 너만 성공하면 된다”는 철학으로 시스라를 키운 것입니다. 문제는 믿음의 부모들도 시스라 어머니 같은 잘못을 범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자녀가 세상적으로 잘 나가면 수단·방법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을 속이고 아프게 해서 빼앗아 왔다 할지라도, 성공의
트로피만 가져오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아이들한테 승리의 철병거에 전리품들만 싣고 집에 오면 된다고 가르치니 세상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우리는 우리 자녀들을 오만한 시스라가 아닌 겸손한 믿음의 사람 야엘처럼 키워야 합니다. 화려한 스펙은 없어도 진실하게 하나님을 의지하면 하나님께서 귀하게 쓰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