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을 아는 세대 vs. 전쟁을 모르는 세대 목양칼럼 / 2025년 06월 01일

하나님께서는 사사 시대 초기의 이스라엘 백성들을 “전쟁을 아는 세대”와 “전쟁을 모르는 세대”로 구분하셨습니다. 여기서 “전쟁”이라 함은 여호수아가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고 가나안을 들어와서 치른 7년여에 걸친 정복 전쟁을 뜻합니다. “전쟁을 아는 세대”는 바로 이 전쟁을 치러낸 기성세대 어른들로서, 광야에서 태어나 고난의 훈련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하나님의 영광을 보았고,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습니다. 만나라는 미라클 푸드를 먹었으며, 요단강을 가르고 여리고를 무너뜨리는 하나님의 기적을 본 사람들입니다. 목숨을 걸고 전쟁을 치렀고, 그 뒤에도 긴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나라의 기초를 세우기 위해 밤낮 없이 일만 하고 살았습니다. 외세의 침략에 굴하지 않는 강한 나라, 삼시세끼 배곯지 않아도 되는 잘 사는 나라를 만들어서 자손들에게 물려 주겠다는 꿈이 있었습니다.
그 뒤, 가나안 땅에 들어온 지 수십 년 후 여호수아와 전쟁을 아는 그 세대가 사라지고, 새로운 세대가 일어났으니, 그들이 바로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신세대”들인 것입니다. 그들은 광야의 힘들었던 시절을 경험하지 못했고, 하나님의 기적과 영광을 직접 목격하지도 못했습니다. 그런 세대가 30~40대가 되면서 서서히 이스라엘의 주도 세력이 되었습니다. 그들은 부모가 피땀 흘려 정복한 가나안에서 행복하게 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부모 세대는 고집만 세고 세련되지 못해서 대화가 안 된다고 느꼈습니다. 이들은 툭하면 옛날얘기만 하는 기성세대가 고리타분하고, 부패했다고 생각했습니다. 반면,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가 어른 존중할 줄 모르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위험하고 불안한 아이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들이 함께 살아야 했던 수십 년은 상당한 갈등이 있었을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세월이 흐르면서 전쟁을 모르는 이스라엘 젊은 세대들은 가나안 족속들과 결혼하면서 그들의 우상숭배에 급속도로 전염되었고, 점점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져 갔습니다. 저는 전쟁을 모르는 자녀 세
대의 영적 타락의 원인 제공을 전쟁을 아는 당시 이스라엘의 부모 세대가 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것이 어렵고 힘들던 광야 시절에는 그래도 정신 차리고 하나님을 섬겼던 부모 세대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이 약속의 땅에 들어와 정복 전쟁이 끝나고 난 뒤, 지파별로 땅을 분배받고 난 뒤 삶이 안정되면서 조금씩 변질되기 시작했습니다. 손에서 칼과 창을 놓고, 농사를 지으면서 처음으로 풍요로운 물질문명을 맛보게 되니까, 점점 욕심이 생긴 겁니다.
광야 시절을 거치고 정복 전쟁 치를 때는 긴장이 되어서 단순하고 순수했던 사람들이 이제 살만해지니까, 점점 하나님으로부터 마음이 떠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일찍부터 그 땅에 자리 잡고 살던 가나안 민족들의 세련된 삶에 점점 동화되었습니다. 하나님을 믿으면서도 뒤로는 조금씩 가나안의 사치문화, 음란문화를 즐기기 시작했습니다. 부모 세대의 이런 이중적인 모습이 그들의 자녀 세대, 전쟁을 모르는 세대에게 모범이 되지 못했고, 영적인 혼란을 주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게 과연 3천 5백 년 전 이스라엘 백성들에게만 해당되는 일일까요?가난하고 힘들었던 시절 한국교회를 키웠던 그 불같은 기도의 열정, 회개의 눈물, 겸손한 섬김, 희생적 헌신을 우리는 풍요로운 물질문명에 취해서 어느새 다 잃어버렸습니다. 우리 크리스천 부모 세대들이 주일날 보이는 모습과 주중에 세상에서 사는 모습이 너무나 달랐다는 것에 대해 하나님 앞에서 뼈아프게 회개해야 합니다. 우리의 이중적인 모습을 보고 상처받고 믿음을 떠난 자녀 세대 앞에 참회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또한, 자녀 세대도 부족하지만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했던 부모 세대를 이해하려고 해야 합니다.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가 예수 안에서 만나 서로 용서하고 사랑하며 서로에게 배우는 것. 그것이 주님이 교회 공동체로 우리를 모아 주신 이유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