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릴리로 다시 돌아오십시오 목양칼럼 / 2024년 08월 01일

제가 생각하는 성경에서 가장 아름다운 본문 중의 하나는 부활하신 주님께서 갈릴리에서 제자들을 다시 만나 주시는 요한복음 21장 말씀입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막달라 마리아와 제자들에게 벌써 몇 번이나 나타나셨습니다. 그렇지만 그들은 아직 예수님의 부활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직 잘 몰랐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그들의 인생이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정확한 그림도 없었습니다. 게다가 그들은 모두 겟세마네 동산에서 주님을 버리고 달아난 데 대한 부끄러움과 죄책감이 있었습니다. 한 마디로 그들은 영적
패배자들이었고, 실패자들이었습니다. 밥을 먹어도 밥맛이 없고, 잠을 자려고 해도 잠도 잘 안 왔을 것입니다. 죽으려니 용기가 없고, 살려니 의욕이 없었습니다.주님은 그런 그들에게 갈릴리로 가서 나를 다시 만나자고 하셨습니다. 평생 갈릴리 어부로 살아온 제자들에게 너무나 익숙하고 그리웠던 갈릴리 호수로 돌아온 그들은 다시 고기 잡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밤새 최선을 다해 그물질했으나 아무것도 잡지 못한 그들에게 육지에 나타난 어떤 분이 배 오른편으로 그물을 던지라 하셨습니다. 제자들이 홀린 듯 그 말씀에 순종했을 때 그들 평생에 처음 만나보는 어머어마한 고기떼가 그물로 들어왔습니다.
그 순간, 모두가 데자뷔처럼 온몸이 전류가 감전된 듯 과거의 어떤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이건 언젠가 우리가 경험해 본 적이 있는 사건인데? 언제였지? 어디였지?” 그러다가 요한에게 가장 먼저 기억이 되살아났습니다. 3년 전 그들이 처음 예수님을 만날 때 바로 그때와 똑같은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이럴 수가!” 그들은 심장이 멎는 것 같은 충격을 느끼면서 비로소 주님을 알아보았습니다.잠시 후 제자들은 노를 저어서 배를 뭍에 대었고, 주님은 이미 숯불을 피워 놓으시고, 생선과 떡을 굽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제자들에게 아침을 먹게 하셨습니다. 제자들은 먹으면서 아무 말도 못 했습니다. 주님을 배신하고 부인하고 도망갔던 자신들의 죄를 주님이 질타하시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아직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자들은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주님은 그들을 용서하시고 회복시키러 오셨지, 정죄하러 오신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특히, 우리는 예수님과 제자들이 숯불을 중심으로 둘러앉아 있었음을 주목해야 합니다. 많은 성서학자들은 베드로가 숯불을 본 순간 얼마 전 대제사장의 뜰 숯불 앞에서 예수님을 3번이나 부인한 것이 기억났을 것이라고 합니다. 숯불 앞은 베드로가 무너진 곳, 다시 떠올리기도 싫은 실패의 장소였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바로 거기서 베드로의 상처를 치유하시고 다시 시작하기 원하셨습니다. 실패로부터 도망간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시간이 지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과 함께 실패의 자리로 다시 돌아가 은혜의 힘으로 문제를 직면하고 극복함으로써 회복됩니다. 신앙생활에서 무너지고 엉기면 다시 처음 주님 만나던 때로 돌아가야 합니다. 주님은 우리와의 첫사랑을 회복하길 원하십니다. 첫사랑의 자리 갈릴리로 우리를 초대하십니다. 우리의 부족함으로 주님을 부인했고, 주님을 떠났었지만, 주님은 끝없는 사랑으로 우리를 용서하시고 품어주십니다. 그리고 다시 시작하자고 하십니다.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야단치고, 몰아붙여서 되는 게 아닙니다. 갈릴리호숫가에서 주님의 그 용서의 눈빛을 바라보면서 변하는 것입니다. 그 때 회개가 터지고, 새로운 헌신이 터지는 것입니다. 지금 믿음이 흔들리고 헌신이 메말라 있다면 다시 첫사랑의 자리 갈릴리로 돌아오십시오. 주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