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노블리스 오블리제 정신 목양칼럼 / 2024년 07월 01일

2010년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으로 전 세계에 정의 열풍을 일으켰던 하버드 대학교의 마이클 샌델 교수. 그의 최신작 “마이클 샌델과의 대화”에서 그는 능력주의(Meritocracy)의 심각한 위험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능력주의는 능력을 중시하고, 성공한 사람들을 존경하며, 그들이 얻는 혜택을 당연하게 여기는 태도를 말합니다. 능력주의적 사회에서는 성공한 사람들이 자신의 노력으로 성공했다고 믿으며, 이에 따라 시장에서 얻는 모든 혜택을 당연하게 여기게 됩니다. 이러한 태도는 승자와 패자를 갈라놓고 패자들은 폭압을 느끼게 됩니다. 샌델은 능력주의가 성공에 대한 가혹한 태도를 키우며, 이는 오만으로 이어지고, 승자들이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을 무시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합니다. 한국과 미국 같은 소위 세계에서 앞서 나간다는 나라들이 더더욱 그런 경향이 심하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샌델의 책을 읽으면서 저는 김현철 홍콩과학기술대 교수가 “경제학이 필요한 순간”이라는 책에서 비슷한 주장을 한 것이 생각이 났습니다. 성공한 사람들 대부분은 성공은 개인의 노력에 따른 정당한 결과이고, 실패는 개인의 무능력과 노력 부족에 기인한다고 본다고 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 성공 원인의 8할 이상은 운(運)이라는 겁니다. 태어나면서 처음 만나는 운은 ‘어디서 태어났는가’입니다. 세계은행 출신 경제학자 브랑코 밀라노비치(Branko Milanović)는 태어난 나라가 평생 소득의 절반 이상을 결정한다고 했습니다. 태어난 나라의 평균소득과 불평등지수만으로 성인이 되었을 때 소득의 최소 50%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겁니다. 저개발 국가에서 태어나면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성공할 가능성이 적습니다. 지금 이 시기에 대한민국에 태어난 것만으로도 한국인들은 아주 운 좋은 사람들이라는 겁니다.
다음으로 만나는 운은 부모입니다. 부모는 유전·환경 두 요소를 모두 제공합니다. 좋은 유전자를 물려받는 것은 소득의 약 1/3을 설명한다고 합니다. 태어난 나라와 부모를 스스로 결정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인생 성취에 나라가 50%, 유전이 30% 이상을 차지하니 “인생 성취의 8할이 운이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럼, 나머지 20%도 우리의 순전한 노력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이, 우리가 노력할 힘조차도 사실 상당 부분 타고나며, 부모에 의해 길러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성공한 사람들은 다 자기 잘나서 그렇게 되었다고 오만해지지 말고, 어려운 형편의 사람들을 위해 자신들의 재능과 돈과 시간을 나누려고 몸부림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크리스천들은 “운(運)”이라는 단어 대신에 “하나님의 축복” 혹은 “하나님의 섭리”라고 표현합니다. 우리의 건강, 가족, 교회, 나라. 하나에서 열까지 우리가 가진 것은 모두 하나님이 주신 선물임을 우리는 잊지 않고 살아야 합니다. 가장 큰 선물은 우리 같은 죄인을 구원하여 하나님의 나라 백성으로 삼아 주신 것이겠지요. 모든 것이 하나님의 선물임을 알고 살아가는 우리는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며, 무엇보다 하나님의 마음으로 연약한 사람들에게 우리가 받은 축복을 흘려보내는 일을 멈추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거룩한 노블리스 정신일 것입니다. 우리 교회가 국내외 연약한 단체들과 교회들을 돕는 일을 창립 초기부터 최선을 다해서 해오고 있는 것은 바로 그 거룩한 노블리스 정신의 실천입니다. 올여름 우리 교회는 몽골,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제주 등으로 수많은 아웃리치 팀들을 보냅니다. 우리 모두 겸손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주와 손과 발 되어 그분들을 섬겨 드립시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통해 큰 영광 받으실 줄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