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생의 빈 배에 타시는 주님 목양칼럼 / 2024년 05월 01일

베드로는 주님과의 두 번째 만남에서 주님의 제자가 되기로 결단합니다. 처음 만났을 때 주님께서는 그에게 “베드로(반석)”라는 이름을 주셨지만, 그때 베드로는 바로 결단하지 못했었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몇 개월 뒤 갈릴리 호수에 동이 터올 무렵 베드로를 다시 찾아오셨습니다. 그때 마침 베드로는 밤새 그물질을 했으나 아무 고기도 못 잡고 피곤과 패배감에 젖어 있던 때 였습니다. 우리 인생에서도 열심히 최선을 다했지만 아무 성과가 없는 그런 힘든 때가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그 배에 타실 수 있었을까요. 예수님이 타시고자 했어도 베드로는 이렇게 거절했을 것입니다. “죄송합니다. 지금 싱싱한 물고기를 빨리 손질해서 도매상에 넘겨야 합니다. 때를 놓치면 더운 날씨에 고기가 상합니다. 죄송합니다. 옆에 다른 배를 알아보십시오”라고 하면서 예수님을 바라보지도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세상적 성공의 문제는 우리를 너무 바쁘고 정신없게 만들어서, 마음의 여유를 뺏어 버린다는데 있습니다. 만날 사람이 많고 할 일도 많아서 스케줄북이 빽빽해서 예수님도 들어오실 수 있는 공간이 없습니다.
그러나 베드로의 배가 빈 배였기 때문에 예수님께서 들어와 앉으실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는 축복의 순간이 되었습니다. 여러분의 인생이 실패하고 좌천당하고 병들었을 때, 돈이 없고 사람이 떠나서 빈 배가 되었을 때, 오히려 그것은 영적인 축복의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습니다. 오늘날에도 예수님은 우리의 빈 배에 다가오시는 분이십니다. 우리가 건강하고 사업도 잘 되고 인기도 있고, 남부러울 것이 없을 때, 즉, 인생의 배에 고기가 가득했다면 우리는 예수님 보고 다음에 오시라고 했을 것입니다. 또, 자기 힘으로 다 할 수 있다는 사람에게도 주님은 찾아오시지 않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때로는 우리 인생이 빈 배가 되게 하십니다. 우리가 병도 걸리게 하시고, 사업도 망하게 하시고 하면서 마음이 겸손해지게 하십니다. 이럴 때 현실적인 눈으로 보면 슬프고 괴롭습니다. 허나, 바로 이 때가 하나님이 우리에게 들어오시는 좋은 때입니다. 가장 간절하고 뜨겁게 주님과 교제할 수 있습니다.
베드로의 빈 배에 타신 예수님은 그 배에서 뭍에 있는 사람들을 향하여 설교하셨습니다. 베드로는 꼼짝없이 가두시고 은혜의 말씀을 들려주십니다. 가난한 심령으로 은혜의 말씀을 들으니 그의 영혼이 변하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말씀을 끝내신 주님께서는 “이제 깊은 곳으로 가서 그물을 던지라”라고 하십니다. 보통 어부들의 상식으로는 해가 떠 버린 시점에 깊은 곳에서는 고기가 잘 잡히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깊은 곳은 내 전문성과 경험과 상반되는 곳입니다.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세상의 소리가 시끄러운 얕은 물가에 있지 말고 깊은 곳으로 가자고 초대하십니다. 나의 상식과 경험이 통하지 않는 곳. 사람들의 이러쿵저러쿵 떠들어 대는 말들이 없는 곳. 오직 주님과 홀로 교제하는 조용하고 은밀한 곳. 그 깊은 곳으로 이끄십니다. 주님이 함께 가시기 때문에 우리는 두려움을 접고 순종하며 갑니다.그리고 순종했을 때 베드로는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고기떼를 만나는 기적을 경험합니다. 그 기적의 감격 속에서 그는 살아계신 하나님의 실체를 확인합니다. 예수님은 그때 “네가 앞으로는 사람 낚는 어부 될 것이다”라는 위대한 인생 비전을 베드로에게 주십니다. 우리 인생의 빈 배에 오시는 주님께서 우리도 베드로처럼 이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