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 회색지대를 돌파하는 예배자 목양칼럼 / 2023년 12월 01일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이 나와 함께 하심을 잘 느끼지 못하겠다”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실제로 하나님이 그들과 동행하지 않으셔서가 아니라 그들이 하나님의 동행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영성이 무뎌졌기 때문입니다. 영성이 무뎌진 중요한 이유는 사는 형편이 괜찮아졌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 생활할 때는 하나님이 그들과 함께 하심을 아는 것이 어렵지 않았습니다. 워낙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아침마다 만나가 내려서 그들의 허기를 채워 주면 “아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하시는구나”라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뜨거운 뙤약볕 밑에서 조금만 더 있으면 죽을 것 같을 때 거대한 구름기둥이 시원한 커버를 쳐 주면 “아 하나님이 우리를 보호해 주시는구나”라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구약성경 대부분이 광야 시절에 쓰여졌습니다. 모세 오경은 물론, 열왕기상하, 역대상하, 에스더, 다니엘 같은 책들도 광야 같은 포로생활 시절에 쓰였습니다.
그러나 약속의 땅에 들어간 뒤부터는, 모든 것이 광야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풍족해지니까 영적으로 둔해졌습니다. 하늘에서 매일 내리던 만나 대신 자신들이 농사지어서 추수한 곡식을 먹으니, 이게 “하나님 은혜인지 그냥 자연의 혜택이나 자신들의 노력의 결과인지” 구별하기가 어려워진 겁니다. 성을 쌓고 집을 짓고 들어가 있으니 자연스럽게 낮의 햇볕을 피할 수 있었고, 밤의 냉기를 피할 수 있으니, 이게 하나님 은혜인지 자신들의 노력의 결과인지 구별이 가지 않았습니다. 그런 식으로 하나님의 동행하심에 대해 잘 판단이 안 서기 시작하니까, 자연스럽게 모든 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이 식어갔습니다.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가나안 백성들의 죄에 물들고, 우상숭배에 빠져들고, 형제들끼리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님께 등을 돌리기 시작한 그들에게서 하나님의 보
호막이 거두어졌고, 그러니까 이방 민족들의 침입으로 삶이 황폐해졌습니다. 그렇게 해서 온 혼돈의 시대를 사사 시대라고 하는데 이게 4백 년이나 갔습니다. 사사 시대의 이스라엘 백성들은 약속의 땅에서 살기만 했지, 그 땅의 족속들을 온전히 압도하지 못하는 영적 회색 지대 인생을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오늘 우리가 약속의 땅에 들어와 놓고도 승리자로 살지 못하는 사사 시대 이스라엘 백성들 같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로 한국은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되게 잘 살게 되었고, 한국교회는 놀라운 성장을 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몸이 약속의 땅으로 들어온 것입니다. 그런데도 한국교회는 너무나 위축되어 있고 패배감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약속의 땅에 들어와 감사를 잃어버리고, 영적으로 흐트러진 이스라엘 백성들 같아진 것입니다. 지금 우리에겐 뭔가 특단의 돌파구가 필요합니다. 약속의 땅에 살면서도 승리자로 살지 못했던 이스라엘의 혼돈의 시대는 언제 끝났을까요? 바로 다윗이 왕이 되면서부터였습니다. 다윗 왕의 시대가 되어서야 그들은 약속의 땅을 온전히 지배하는 승리자로 살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것이 다윗이 감사를 아는 예배자이었기 때문이라고 믿습니다. 다윗이 쓴 모든 시편에는 거의 하나도 빠짐없이 “감사”와 “찬송”이라는 단어들이 수도 없이 나옵니다. 20대부터 70이 되기까지 그의 인생에는 수많은 시련과 역경이 많았지만 그는 상황에 상관없이 감사를 선포하는 예배자였습니다. 아모스서에 보면 하나님께서 “다윗의 무너진 장막을 일으키실 것”이라는 말씀이 나옵니다. 그것은 눈에 보이는 성전이 아니라, 다윗의 예배를 하나님이 그리워하시고 그 예배를 다시 받기 원하신다는 뜻입니다. 다윗의 예배의 핵심은 전심으로 주께 감사하며 드리는 예배였습니다. 우리가 전심으로 감사하는 다윗의 예배를 회복할 때, 영적 회색 지대의 비극인 사사 시대 같은 혼돈의 시대를 끝낼 수 있을 것입니다. 오직 감사로 예배드리는 자가 하나님을 영광스럽게 할 것입니다. 하나님이 그를 사용하셔서 새 역사를 여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