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을 위해 평생을 준비한다 목양칼럼 / 2023년 11월 01일

“너는 왕궁에 있으니 모든 유다인 중에 홀로 목숨을 건지리라 생각하지 말라…. 네가 왕후의 자리를 얻은 것이 이때를 위함이 아닌지 누가 알겠느냐.” 주전 473년, 모르드개가 자신의 사촌 동생인 왕후 에스더에게 한 말은 지금도 엄청난 감동으로 우리의 마음을 울립니다. 멸망의 위기에 놓인 유대 민족을 위해 왕에게 탄원해 달라는 모르드개의 부탁에 에스더가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을 때 한 말입니다. 어릴 때 부모를 잃은 에스더를 입양하여 믿음과 사랑으로 양육한 아버지 같은 모르드개는 어쩌면 이렇게 말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에스더, 5년 전, 네가 원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 치열한 경쟁을 뚫고 너는 페르시아 왕후의 자리에 올랐다. 이는 운이 좋아서도 아니었고, 네 노력이나 배경으로 된 것도 아니었다. 그것은 하나님이 하신 일이다. 하나님이 왜 그러셨겠는가. 바로, 오늘 같은 위기에 너를 쓰시고자 하기 위함이다. 하나님은 이 순간을 위해 너의 평생을 준비하셨다.” 그렇습니다. 축복은 절대 우리 자신이 잘 먹고 잘 살라고 주시는 게 아닙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축복을 주시는 것은 우리로 하여금 축복의 통로가 되게 하려 하심입니다. 하나님께서 믿음의 조상 아브람을 축복하실 때도 “열방을 위한 축복의 통로”가 되라고 하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축복을 주실 때는 항상 우리를 통해 축복받을 사람들을 염두에 두고 계십니다. 그런데, 만약 우리가 축복을 받기만 해 놓고 흘려보내기를 거부한다면 축복은 저주가 될 것입니다. 아무것도 없을 때는 하나님을 위해 과감히 헌신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대학생 집회 때는 헌신하라고 하면 겁 없이 일어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그 대학생들이 3-40대 직장인이 되고, 결혼하여 가정이 생기고, 집도 생기고 차도 생기고 나면 헌신하라고 하면 주저합니다. 가진 게 많아지고 편해지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우리가 가진 것을 보존하고 싶고, 지금의 작은 행복에 안주하고 싶습니다. 눈에 보이는 성공은 진정한 영적 성공으로 가는 것을 막는 가장 무거운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우리 자신의 행복과 안전만 생각하며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서 위험을 감수하기를 꺼린다면, 우리도 에스더처럼 모르드개의 준엄한 꾸지람을 들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쓰시고자 하시지 않았다면 처음부터 우리에게 남에게 주
지 않은 축복을 부어 주시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우리가 축복에 취해서 축복을 주신 거룩한 목적을 망각한다면, 우리는 하나님의 마음을 아프게 할 것입니다. 우리 하나님의 자녀들은 자신이 있는 자리가 그저 우연히 있게 된 것이라고 생각해선 안 됩니다. 자기가 잘
나서 순전히 자기 노력으로 된 것이라는 생각은 더더욱 안 됩니다. 왜 우리는 이만한 돈을 벌게 됐을까요? 왜 우리는 남들보다 더한 인기, 더한 학벌, 더 좋은 자리를 갖게 됐을까요? 나와 내 가족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만은 아닐 것입니다. 이는 분명히 하나님께서 목적을 두고 주신 축복입니다. 우리는 늘 기도하며 그 목적을 분별하여, 축복을 쌓아두지 말고 아낌없이 흘려 보내야 할 것입니다. 어쩌면 위기에 처한 동족을 구하기 위해 처음에는 나서기를 망설였던 에스더는 오늘의 교회를 상징할지도 모릅니다. 세상이 다 죽어가는데, 그리고 한국 교회가 이토록 어려운데, 자신은 관여하기 두려워하는 비겁함이 우리에게 은근히 있지는 않습니까.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를 꾸짖으시고 일어나게 하십니다. 한국 교회를 위해 눈물로 기도하고, 뭔가 헌신할 수 있는 일을 찾으라 하십니다. 모든 교회는 하나로 연결된 주님의 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