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는다면 기다리십시오 목양칼럼 / 2021년 11월 01일

창세기 15장에 보면 하나님께서 아브람에게 오셔서 “두려워 말라”고 하시는 장면이 나옵니다. 참 희한한 것이 이때는 아브람이 4개국 왕이 이끄는 연합군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온 뒤라 자신감이 하늘을 찌를 듯할 때입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아브람에게 “두려워 말라”고 하십니다. 성공은 했지만, 그 뒤에 오는 불안감과 두려움이 아브람을 사로잡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아브람의 두려움은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자식이 아직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더 컸습니다. “너의 자손이 번성하여 큰 민족을 이룰 것”이라는 하나님의 약속의 말씀 하나만 믿고 가족들을 다 데리고 낯선 땅으로 이민온 지 10년이 훨씬 지났지만 아직 자식이 한 명도 없으니 그럴 만도 했습니다. 그래서 아브람은 그 당시 관습대로 충실한 종을 자식 대신 상속자로 삼겠다고 말했습니다. 약속을 빨리 이뤄 주시지 않는 하나님께 마음 속으로 섭섭했던 아브람은 하나님 앞에서 마음에도 없는 푸념을 한 것입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그 종이 상속자가 아니라 네 몸에서 날 자식이 네 상속자가 되게 할 것”이라고 처음 하셨던 약속을 재확인 시켜 주십니다. 그리고 풀이 죽어 있는 아브람으로 하여금 눈을 들어 밤하늘을 보게 하십니다. “너의 자손이 언젠가는 저 하늘의 별처럼 많아질 것”이라고 하십니다. 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며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순간, 아브람의 마음에 기적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의심하고 불안해하며 두려워했던 마음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습니다. 보잘것없는 자신을 다시금 친히 찾아와 격려해 주시는 하나님 말씀을 들으며 아브람은 감사해서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나이와 처지를 다 잊었습니다. 불안하고 힘든 가운데서도 하나님을 붙잡는 믿음을 가지면 자신의 현실 위로 비상할 수 있습니다. 비참한 생각, 열등감, 불안감, 좌절이 다 사라집니다. 그리고 우리의 얼굴에는 하나님의 비전과 환상이 가득 차게 됩니다.

이때 아브람이 “여호와를 믿었다”고 했는데, “믿는다”는 단어가 성경에서 제일 처음 사용되는 곳이 바로 여기입니다. 아브람이 믿기로 결심합니다. 다시금 하나님을 신뢰하기로 마음을 굳힙니다. 그러자 순식간에 의심과 두려움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말씀은 내 안에 믿음을 심고, 믿음은 두려움을 사라지게 합니다. 하나님의 약속의 말씀을 신뢰하는 믿음은 모든 염려와 근심과 걱정을 사라지게 합니다.

아브람이 열방의 아비가 될 것이라는 말씀을 받은 때가 75세였는데 실제로 그것이 이뤄지기까지는 25년이 걸리게 됩니다. 하루가 급한 늙은 아브람에게 있어서 이것이 얼마나 길고 답답한 시간이었겠습니까? 체념하고 절망하고 싶은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지만, 하나님이 주신 이 비전이 아브람으로 하여금 기다리게 했고 포기하지 않게 했습니다. 기다릴 수 있는 것은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비전의 사람은 믿음의 사람입니다. 성경에서는 믿음과 기다림을 하나로 봅니다. 믿음이 있기에 기다리는 것이고, 기다리면 믿음대로 이뤄집니다. 인생에서 우리는 기다림으로써 우리 인생의 주관자가 내가 아니라 하나님이심을 인정하게 됩니다. 기다릴 때 우리는 겸손을 배웁니다. 그리고 겸손한 자에게 하나님은 비전을 추수할 수 있는 축복을 주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