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시간 ‘크로노스’ vs. 하나님의 때 ‘카이로스 목양칼럼 / 2021년 07월 01일

헬라어 신약성경에 보면 같은 시간인데도 사람의 시간을 말하는 ‘크로노스’가 있고, 하나님의 때를 말하는 ‘카이로스’가 있습니다. 크로노스는 우리 모두의 시계나 달력에 나오는 시간, 예를 들면 ‘2021년 7월 1일 몇 시 몇 분’의 시간입니다. 그러나 카이로스는 어떤 영적 의미가 있는 시간, 하나님의 역사가 이뤄지는 시간입니다. 다윗의 인생을 보면 단순히 눈에 보이는 크로노스로는 설명이 안 되지만, 하나님의 역사가 이뤄지는 카이로스가 있었습니다.

다윗에게는 세 번의 기름부으심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 기름부으심은 세상 그 누구도 다윗을 모르던 베들레헴의 어린 십대소년 시절, 선지자 사무엘이 와서 장차 왕이 될 것을 선포하여 기름 부어준 것입니다. 이때는 하나님의 비전이 처음 씨앗이 되어서 뿌려졌을 때입니다. 아직 인간의 시간 크로노스로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보이지 않는 영의 세계에서 하나님의 카이로스는 그때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두 번째 기름부으심은 사울이 죽고 10년이 넘는 다윗의 광야 생활이 끝난 뒤, 유다 지파의 장로들이 그를 유다의 왕으로 기름 부어 세운 것입니다. 이제 다윗은 헤브론에서 통일 이스라엘 왕국의 왕이 되기 위한 7년 반의 중간 스테이션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그리고 마침내 세 번째 기름부으심은 사울 진영이 완전히 무너지고 북이스라엘의 장로들까지 다 와서 다윗에게 항복함으로써 다윗이 이스라엘과 유다 전체의 왕으로 세워졌을 때입니다.

이렇듯 하나님의 사람에게 하나님이 주신 비전이 이뤄지는 것에는 과정이 있고 때가 있습니다. 하나님의 역사가 이뤄지는 카이로스는 남과 비교할 수 없으며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씨를 심었다고 해서 우리가 원하는 때에 열매를 거두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이 각 사람마다 정하신 때, 카이로스가 정확하게 이르렀을 때 비로소 열매를 거둘 수 있습니다.

하나님이 주신 약속은 반드시 이뤄집니다. 그러나 이뤄지는 방법과 때마저도 하나님께서 결정하시도록 우리는 인내하며 기다려야 합니다. 배고프다고 아직 밥이 채 되지도 않았는데 밥솥을 열면 설익은 밥을 먹게 될 것입니다. 항상 모든 준비를 갖추어 놓되, 성급하게 하나님보다 앞서 가지 말고 하나님을 거칠게 압박하지도 말아야 합니다. 다윗은 하나님을 믿고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성급하게 인간적 방법으로 하나님의 때를 앞당기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광야에서 사울을 죽일 기회가 두 번 있었는데도 사울에게 칼을 대지 않았고, 사울이 죽은 후에도 사울의 잔여 세력의 지도자들도 자신이 직접 손을 대지 않고 자연스럽게 붕괴되기를 기다렸습니다. 그 사이 악인들끼리 싸우고 대립하고 죽이는 어지러운 일들이 계속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다 다윗에게 주신 약속이 이뤄지게 하는 큰 그림으로 맞춰졌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민심도 점점 다윗에게 옮겨왔고, 복잡했던 상황들이 자연스럽게 정리가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부지런히 일하고 계셨던 것입니다.

우리 인생에서 하나님의 약속을 굳게 믿고 인내하며, 나의 자리를 성실히 지키고 기다리면 반드시 하나님의 축복이 이뤄지는 때가 올 것입니다. 그걸 참지 못하고 중간에서 인간적인 무리수를 두면 낭패를 볼 것입니다. 편법을 쓰거나 도와주겠다는 불의한 자들의 유혹을 뿌리치십시오. 마음을 강하게 하고 평안하게 하고 하나님을 기다리십시오. 하나님의 때가 되면 모든 것들이 정리됩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사람은 믿음에서 오는 여유가 있습니다. 어차피 하나님이 나에게 주시기로 한 것이라면 서두르지 않아도 반드시 주십니다. 나를 위해 예비하신 축복을 결코 다른 사람이 가져갈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이 가져간다면 그건 처음부터 내 것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이런 믿음이 있다면 우리는 힘든 상황 속에서도 평안할 수 있습니다. 실수가 없으신 하나님이 우리의 인생을 주관하고 계시니 오직 그를 신뢰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