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경 사무엘하 1장에 보면 다윗이 사울왕 부자의 죽음을 애도하며 지은 노래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다윗은 자신의 애가를 ‘활의 노래 (Lament of the Bow)’ 라고 제목을 붙입니다. 이는 사울, 요나단 부자가 다 활을 잘 쏘는 궁술의 명인들이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울, 요나단 부자의 장점을 최대한 부각시킨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애가에서 다윗은 사울, 요나단 부자가 한때 나라를 영광스럽게 했던 위대한 용사들이었음을 강조합니다. 또 이 활의 노래를 ‘야살의 책’에 기록하게 합니다. ‘야살의 책’은 그대로 직역하면 ‘의인들의 책’ 혹은 국가에 큰 공을 세운 ‘영웅들의 책’입니다. 우리로 치면 국립묘지 국가유공자 최고의 자리에 안장하고, 모든 국민이 그 행적을 기리게 한 것이니 보통 예우가 아닙니다.
그런데 우리가 알다시피 사울은 아무 죄 없는 다윗을 관직에서 내쫓고 10년 가까이 광야를 쫓아다니며 죽이려 했던, 다윗에게는 원수 같은 사람입니다. 그런데 다윗은 오히려 그의 죽음을 영웅들의 역사에 기록하며 국민들이 예를 갖춰 애도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자신의 배경 세력이 되어 새 역사를 이끌어갈 주역이 될 유다 지파에게 그 뜻을 새기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다윗은 자신의 지지 세력들에게 이런 메시지를 던지려 했던 것은 아닐까요?
“이젠 우리 유다 지파의 시대다. 앞으로는 우리가 나라를 다스릴 힘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 힘은 하나님이 주신 것이다. 그러니 힘을 가졌다고 그 힘을 정치 보복하는데 써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아라. 하나님이 기름부으신 지도자들을 함부로 판단해선 안 된다. 사울 또한 하나님이 한때 기름부어 쓰셨던 사람이다. 그로 인해 이스라엘 백성들은 많은 영광을 누렸고 나라도 많이 발전했다. 그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면 하나님이 나 다윗을 기름부어 세우신 사실도 여러분은 제대로 존중하지 못할 것이다.”
저는 우리나라에서 정권이 한 번 바뀔 때마다 전임자들을 무자비하게 비판하고, 정치 보복을 하는 것이 정말 좋지 않은 관습이라고 생각합니다. 보수건 진보건 다 정권만 잡으면 정치 보복을 하고 자신들만 의로운 것처럼 치부하는데, 그건 결코 나라를 위해서 특히 자라나는 우리 다음 세대의 교육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 아닙니다.
누구에게나 공과 사가 다 있는 법입니다. 옛것이 다 나쁜 것이 아니고 새것이 다 좋은 것은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오늘이 있기까지 모두가 조금씩 기여를 했고, 이것을 인정할 줄 알아야 하는데 과거를 전부 나쁘다고 부정해 버리면 어떻게 하자는 말입니까? 내가 남을 존중하지 않으면 남도 나를 존중해주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우리 젊은이들이 존경하는 어른이 없지 않습니까? 우리가 자꾸 사람의 장점보다 단점들을 부각해서 존경할 만한 어른들을 다 없애 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다음 세대 아이들이 본받고 싶은 큰 바위 얼굴이 없고 꿈이 없어지는 것입니다. 역사를 존중하지 않으면 결코 미래도 비전도 제대로 이룰 수 없습니다.
미국은 전임 대통령들을 기념하는 대통령 기념 도서관들도 각지에 규모 있게 잘 마련해 놓았고, 과거에 나라를 위해 훌륭한 업적을 이룬 인물들에 대한 예의를 표합니다. 그들이 단점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렇게 하는 것이 모두가 사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다윗이라고 왜 사울에 대한 개인적 감정이 없었겠습니까? 그러나 그는 모든 것을 주관하신 하나님의 선하심을 믿고 사울을 용서하고 축복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하나님은 다윗을 새 역사의 주인공으로 쓰셨고, 그의 왕조가 5백 년이 넘게 지속된 것입니다. 5월은 어린이날이 있는 가정의 달입니다. 우리의 다음 세대에게 존경받을만한 어른들을 존경할 수 있도록 해 주십시다.
다음 세대가 존경할 수 있는 어른들이 있게 합시다
목양칼럼 / 2021년 05월 0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