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이웃 " 프레드 로저스 목사님" 목양칼럼 / 2021년 03월 01일

얼마 전 저는 우리 성도들에게 프레드 로저스(Fred Rogers)목사님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뷰티풀 데이 인 더 네이버후드(A Beautiful Day in the Neighborhood)’를 모두 꼭 보시라고 권했습니다. 프레드 로저스는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배운 싱어송라이터였고, 아동 상담을 공부한 장로회 목사이기도 했습니다. 그가 대학 4학년 때 당시 미국 가정에 처음으로 보급되기 시작된 텔레비전을 보고, 이것이 곧 대중문화의 핵심 매개체로 자리 잡을 것을 직감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린이 TV 프로그램을 통해 하나님의 은혜를 미국에 전파하겠다는 결심을 합니다.

그가 출연한 PBS 어린이 TV 프로그램 《로저스의 이웃들》은 1968년부터 시작해서 2001년 위암 선고를 받고 그가 방송에서 은퇴할 때까지 무려 33년 동안이나 방영되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한국에는 잘 알려지진 않았으나 미국에서는 《세서미 스트리트(Sesame Street)》와 함께 오랜 세월 교육 방송의 양대 산맥이었습니다. 《세서미 스트리트》가 귀여운 캐릭터를 내세운 방송이었다면, 《로저스의 이웃들》은 세상 착하고 푸근한 아저씨를 내세운 힐링 방송이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미취학 아동을 위한 포괄성·친절·이해성·교육 등을 강조하면서 일반 어린이 프로그램과는 근본적으로 달랐습니다. 어린이 프로그램이지만 세상의 안 좋은 면을 굳이 감추려 하지 않았습니다. 에피소드 첫 주는 당시 미국이 깊게 개입되어 있던 베트남 전쟁을 암시했고, 후속 방송은 시청자들이 이혼·죽음·암살·인종차별과 같은 주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가벼운 주제부터 무겁고 진중한 주제까지 다양한 내용을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알려주었고, 다른 인종이나 장애를 갖고 있든 모든 사람들을 동등하게 대해야 한다는 걸 알리려고 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그는 사람을 빛나게 만드는 것은 정직한 자아라고 했습니다. 정직함이야 말로 자신다워 지는 길이고, 이웃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라고 했습니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우리의 이웃을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어떤 감정이든 숨길 필요가 없으며 표현해도 괜찮다고 했습니다. 그의 앞에서 날카롭고 강직했던 사람들도 어린 아이가 되어 마음 문을 열곤 했습니다. 그의 따뜻한 사랑은 상대방 스스로 자기가 누구인지를 알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로저스는 평소에도 선한 마음씨와 행동으로 대중들의 존경을 받았습니다. 목사의 신분을 갖고 있음에도 그는 정작 자기 프로그램에서 한 번도 사람들에게 하나님을 믿으라고 설교한 적도, 강요한 적도, 언급한 적도 없습니다. 기독교를 모르는 사람들이 소외 당하지 않게 하려는 배려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항상 수많은 사람들을 위해서 중보기도를 했고 또 사람들에게도 자신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는 장애가 있는 아이도, 공부를 못 하는 아이도, 상처와 분노가 있는 아이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품어 주며 기다려 주었습니다. 세상에 똑같은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그래서 우리 모두는 특별하다고 했습니다.

로저스는 사람마다 그 속에 진주가 들어 있으며, 그 속에 있는 진주를 찾아내는 능력이야말로 가장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의 삶이 여유와 침묵의 삶이 되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 시간을 통해 나를 발견하고 이웃을 발견하고 성령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침묵이 묵상으로 이어지고 묵상이 감사로 이어지고 감사는 감사할 일과 사람들을 찾아다니게 만든다고 했습니다.

너무 경쟁적이고 가식적이고 날카롭게 사는 사람들로 가득 찬 이 피곤한 세상에서 프레드 로저스 목사님이 남긴 영적 유산은 지금도 큰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코로나 19로 지친 한국 사회를 교회는 프레드 로저스 목사님의 힐링 터치로 섬겨 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