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를 보상받지 못해도 계속 은혜를 주십시오 목양칼럼 / 2021년 02월 01일

광야에서 사울의 추격대에게 쫓기던 다윗과 그의 부하들은 어느 날 유다 작은 마을 그일라가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추수 때에 블레셋 군대가 그일라의 곡식을 노리고 공격해 온다는 것입니다. “도망자인 우리 코가 석 자인데, 우리가 무슨 남을 돕느냐?”라며 말리는 부하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다윗은 그일라를 위기에서 구해줍니다. 그러나 이로 인해 다윗과 그의 부하들은 사울의 군대에게 위치가 노출되고, 사울왕의 보복을 두려워한 그일라 사람들은 자신들의 은인인 다윗을 사울 군대에게 넘겨줄 생각을 합니다. 사무엘상 23장에 나오는 이 사건은 하나님께서 왜 사울을 버리고 다윗을 새 왕으로 기름 부으셨는지를 보여 줍니다.

다윗은 모두가 자기 이익만 챙기는 사나운 세상에서 전혀 받을 기대를 하지 않고 자신이 가진 것을 아낌없이 퍼부어 주었습니다. 다윗은 자신을 희생해 가면서 안 도와도 되는 사람들을 목숨 걸고 도와주었습니다. 그로 인해 자신이 위험에 처하게 되고 그가 도와준 사람들이 그에게 등을 돌렸지만, 다윗은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대가 없는 희생적 사랑을 주신 예수님의 모습입니다.

때로는 다윗처럼 남을 도우려고 애쓰고 선한 일을 하려고 애썼는데, 그로 인해 자신은 더 어려워질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럴 때일수록 낙담하거나 좌절하지 말고 하나님을 바라봐야 합니다. 때로는 나의 도움으로 살아난 사람이 좀 살만 하니까 등을 돌려 그일라 사람들과 같은 배은망덕한 모습을 보일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때라도 배신감이나 원망에 얽매이지 말고 하나님만 바라 보아야 합니다. 우리가 하나님보고 한 것이지 사람에게 덕을 보려고 한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하나님이 다 보고 계십니다. 하나님이 기억하시고 갚아 주실 것입니다.

아둘람 굴에서 4백 명에 불과했던 다윗 부하들의 숫자가 그일라를 떠날 때는 6백 명 가량으로 불어 있었습니다. 고달픈 광야 생활에서 어떻게 다윗의 사람들의 숫자가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났을까요. 이는 하나님께서 점점 백성들의 마음을 다윗에게 모이게 하셨다는 증거입니다. 제 생각에는 늘어난 2백 명 중에 이번에 은혜를 입은 그일라 사람들도 꽤 있었을 것입니다. 그일라 사람들이 다 배은망덕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처럼 고난 가운데 있다 할지라도 하나님이 함께 하시는 사람은 조금씩 성장하게 되고, 축복을 받게 됩니다. 이렇듯 우리도 어려운 상황 가운데서 남을 도우면 힘이 점점 줄어들 것 같은데, 오히려 하나님은 보이지 않게 은은하게 더 큰 은혜를 부어 주십니다.

이 사건은 이스라엘의 진짜 왕이 누구인지를 보여 주었습니다. 이스라엘 전체를 돌보아야 할 사울왕은 다윗을 죽이는 데에만 마음을 빼앗기고 있었지만, 오히려 도망자인 다윗이 이스라엘 백성을 돌보고 블레셋의 약탈로부터 구했습니다. 즉 사울은 무늬만 왕이었고, 실제 이스라엘 왕의 역할을 수행한 이는 다윗이었습니다. 하나님은 이 사건을 시작으로 백성들로 하여금 누가 진짜 하나님이 기름 부으신 왕인지를 서서히 깨닫게 하십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마음으로 다윗처럼 사람들에게 은혜를 베풀면서 살아야 합니다. 우리 주변에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냥 방관해도 우리를 욕할 사람은 없습니다. 괜히 돕다가 오해받을 수도 있고,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고맙다는 말도 못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땅의 상급이 아닌 하늘의 상급을 바라고 사는 사람들 아닙니까? 은혜를 보상받지 못해도 계속해서 은혜를 주십시오. 예수님의 마음으로 다윗처럼 세상을 섬깁시다. 그때 우리는 진정한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될 것입니다.